오독
글자들은 현실에 찍힌 낙인, 텍스트는 현실을 긁는다. 발음으로 공기를 파열
시키고, 비연속적인 기의로 생체적인 감수성을 파편으로 만든다. 현실과의 연
관성보다 내재 논리가 강한 표음문자는 나를 지치게 한다. 너희는 이해하면
할수록 수렁으로 빠지게 만들 뿐, 한정된 생물만을 위한 늪과 같은 식이지…
익숙하다. 스스로의 신체를 누더기와 범벅으로 구성할 수 있을 정도로 익숙
한 방식이다. 그런 내가 애초에 현실에서 상징을 뽑아내 만들어진 표의문자에
서 오히려 더 자유로움을 느끼는 것은 그 낯섦 때문이다. 가장 믿지 않았던
적에게서 이제는 위안 받게 되었다.
17 Mar 2010 단상 07:52:34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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